간만에 몇 시간 동안 걸어다녔다.
그저 그런 하루지만,
걸어가면서 울적해지는 마음이라니...
거 참, 가을도 아닌데...
마치 산다는 것이 죄에 대한 벌을 받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떤 죄에 대한 벌인지는 모르지만,
형을 받는 감옥 안에서도 범죄는 저질러 질 수 있듯이
살아간다는 형벌 중에 죄를 지어가며 사는 건 아닌지...
어느 책엔가 그런 말이 있었다.
우리 모두의 원류는 하나이며,
그 하나인 절대적인 존재가 자신을 분해해
그 분해되었을 때의 경험을 얻고 싶은 실험적인 생각에 의해
우리가 존재하게 되었다고...
거대한 영혼의 파편으로서 작은 개체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그 개체들은 서로가 시기하고, 미워하고, 싸우고, 사랑하고...
그렇게 아옹다옹 부대낀다.
결국은 전체인 그 구성요소들이 서로 싸우고 부대끼는 격이다.
왜?
우리는 서로가 경쟁적으로 살며,
사랑하고, 정이 깊어가고, 죽이며 사는 걸까...
절대적인 그 존재는 이제 원래의 하나가 되고자 한단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그런 준비가 되어 있을까...
내가 너를 싫어하고 미워하고 죽여버리고 싶은데,
너와 내가 하나가 되어 하나의 정신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질투도 한다.
내가 그녀를 사랑하고, 하나이고 싶은 마음에 하나가 된다 해도
누군가를, 혹은 누군가가 질투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그렇게 반복되어 온 세월과, 그렇게 반복되어 갈 세월 중에
어느 때에 우리 모두가 하나의 정신, 하나의 마음이 된다는 건지...
차라리 나, 바라건대, 윤회란 없길 바란다.
영원한 삶 따위도 바라지 않는다.
이 삶이 최초이자 최후였으면 한다.
현재 나를 의식하는 내가 있다는 것도 가끔은
미치도록 지겹고, 싫다.
...
삶의 권태로움에 찌든 것 같은 향기 없는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