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비어 있는
오래되어 아무도 살지 않고
전기도 끊어진지 오래 되고
여기 저기 칠이 벗겨진 듯, 매캐한 시멘트 내음이
가는 곳마다 배어 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참으로, 간만에 들러 보는 인트라넷.
황량하고 쓸쓸한 기운이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썰렁한 기운이 양팔과 가슴 그리고 등 줄기를 타고 오는 느낌...
이 느낌을 사랑한다.
어딘가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화들짝 놀란 가슴,
잽싸게 돌아 보면 아무렇게나 널 부러진 신문디 조각 사이에서
품을 틀다 도망가는 작은 새앙쥐...
몇 알의 쥐 똥과
기억도 나지 않을 만치 지나가버린 옛 기사들이
신문지 한 조각에 찢겨진채 남아 있다.
그리운 이름...
더러분 이름...
안타까운 이름...
짜증나는 이름...
그와 함께 같이 생각나는 기억들...
모두 모두...
어느새 수십년 흘러버린 듯, 그렇게 아득한 기억 너머로 가버리고
뒤 돌아 볼새도 없이
지금까지 온 길이 제대로 온 것이 맞는지 확인할 겨를도 없이
이리 저리 쫒겨 달아나기 급급한 겁 먹은 작은 아기 사슴처럼
목을 파르르 떨며, 어제처럼 오늘도 어두운 밤 길을 헤맨다.
서로 낯 모르게 만나 한 때 친한 척 어울려도
얼마나 길이 함께 할 사이라고...
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말없이 짧은 길 동행을 하는 지도 모른다.
곧 나타날 갈림길이 어디메 쯤인지는 몰라도
내가 가는 길따라 같이 동행해 줄 이가 누구인지 몰라도...
나는 길을 걷고 있어 마냥 걷는 것은 아닌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채...
바람의 속삭임/향기없는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