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줄기의 서늘함으로 우린 그렇게 바람을 안고 섭니다.
당황한 몸짓으로 튜울립이 몸서리치더라도 우린
그 저 서로만을 볼 뿐 아무 것도 아닙니다.
내가 한 동안 멍하니 저녁놀을 보노라면
그렇게 한없이 나를 보고 있는 누군가 있어
바람 인양 눈물 ... 고입니다.
2. 내가 살아 온 많은 날들 중에 제일로 좋았던 때는
그녀를 만났던 때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진실도 사실도 없습니다.
그 것이 어쩌면 산 넘어 가는
그 눈부신 빛 무리와도 같을 겁니다.
그 안에 내가 도취해 있을 때
또 다른 취한 이가 있음을
난 어려서 알지 못했습니다.
노년이 되어서 아무 이야기도 못할 테지만,
하게 되었을 때, 그 저 눈시울만 붉겠습니다.
내가 늙고, 같이 늙어 버린 소리 일겁니다.
3. 먼저 누가 고백까지는 아니더라도
담담한 말이라도 나눈다면
서로의 영혼 한 쪽에 암울진 그늘은 없을 터인데,
우린 어렸으므로 그를
알기에는 정말 어렸습니다.
지금도 나는 어려서 어른이 되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