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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속삭임/향기없는 바람

920421

1. 한 줄기의 서늘함으로 우린 그렇게 바람을 안고 섭니다.

당황한 몸짓으로 튜울립이 몸서리치더라도 우린

그 저 서로만을 볼 뿐 아무 것도 아닙니다.

내가 한 동안 멍하니 저녁놀을 보노라면

그렇게 한없이 나를 보고 있는 누군가 있어

바람 인양 눈물 ... 고입니다.


2. 내가 살아 온 많은 날들 중에 제일로 좋았던 때는

그녀를 만났던 때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진실도 사실도 없습니다.

그 것이 어쩌면 산 넘어 가는

그 눈부신 빛 무리와도 같을 겁니다.

그 안에 내가 도취해 있을 때

또 다른 취한 이가 있음을

난 어려서 알지 못했습니다.

노년이 되어서 아무 이야기도 못할 테지만,

하게 되었을 때, 그 저 눈시울만 붉겠습니다.

내가 늙고, 같이 늙어 버린 소리 일겁니다.


3. 먼저 누가 고백까지는 아니더라도

담담한 말이라도 나눈다면

서로의 영혼 한 쪽에 암울진 그늘은 없을 터인데,

우린 어렸으므로 그를

알기에는 정말 어렸습니다.

지금도 나는 어려서 어른이 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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